2008. 6. 5. 15:09
오늘도 많은 기업들이 슈퍼CEO의 발굴 또는 영입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슈퍼CEO는 해당 기업에 높은 경영 성과와 투자자 신뢰 같은 선물을 안겨주지만, 장애물로 작용하는 측면도 있다. 슈퍼CEO에 지나치게 의존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살펴본다.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가 3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애플은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컴퓨터에서 시작해 iPod, iTunes, iPhone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가능케 한 원동력인 CEO, 스티브 잡스의 존재는 애플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점치는 데 있어 의구심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슈퍼스타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해 온 조직은 그의 진퇴에 의해 쉽게 동요하고 성장 정체를 겪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는 기업이 성장 정체를 겪게 되는 이유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선보였다. 이 보고서는 성장 정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전략을 실행할 만한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력과 리더의 부족을 지목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성장 정체를 겪는 기업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CEO에 의존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춘지가 2007년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에 선정한 애플을 ‘역대 1위 기업 중 CEO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라고 소개한 것은 기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의미심장한 대목이라고 하겠다.
이 글에서는 조직이 한 개인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기업이 어떤 함정에 빠질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먼저 CEO에 기대되는 역할과 의존도가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살펴보자.
CEO는 만능 연예인?
CEO 상(像)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된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년 동안은 경영진에게 의사결정권이 주어졌던 경영자 자본주의(Managerial Capitalism) 시대였다. 이 시기에 CEO는 기업 규모와 시장점유율을 키우고 비 관련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주주 가치나 수익성보다는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데 골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주식 소유가 폭넓게 분산되어 있어 주주들의 요구사항이 기업의 실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점에 기인한다.
하지만 1980년대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로 합병, 적대적 인수, 차입에 의한 기업인수(LBO), 구조조정 등이 활발해지고 주주 자본주의(Investor or Shareholder Capitalism)가 도래하면서 CEO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왜냐하면 뮤추얼 펀드 등을 통해 주주들이 결집하게 됨으로써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기대 수준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CEO를 견제 또는 제거하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년 들어 스타 CEO의 입지가 갈수록 확고해져 가는 모습이다. 각종 언론매체가 경영 관련 뉴스를 쏟아내면서 일반 대중들이 이름이 널리 알려진 CEO가 재임하는 회사에 적극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Populist Capitalism’). 2008년 1월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CEO로 복귀하자마자 이 사실이 알려진 당일 주가가 10% 폭등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기업에서 CEO가 차지하는 위상은 계속 변해왔지만,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슈퍼CEO를 발굴하고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CEO가 기업 성과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많은 연구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이 둘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 성과에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 슈퍼CEO가 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슈퍼CEO는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높은 경영 성과 등과 같은 선물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조직을 다음과 같은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그림 1> 참조).
성공의 함정
대다수 슈퍼CEO는 과거 자신의 성공방식을 그대로 다른 영역에도 적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방식을 조직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전파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CEO의 개인적 배경이 전체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과도한 영향을 미치면 작지 않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심한 경우 시장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기업 가치를 훼손하기도 한다.
가전, 정보통신, 발전, 산업 시스템 등의 제품으로 널리 알려진 히타치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히타치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가 자리잡은 회사였다. 히타치의 CEO는 줄곧 발전 또는 산업 시스템 분야 출신으로 채워졌으며, 최고 경영진 중 MBA나 경영학 관련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히타치의 CEO들은 전임 CEO와 동일한 방식으로 정보통신과 가전 사업군을 관리했고, 조직 구성원들을 그러한 방식을 당연시했다. 시장 잠재력은 정보통신, 가전 부문이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행은 2006년 후루가와 가즈오가 정보통신 분야 출신으로는 첫번째로 CEO에 선임될 때까지 계속되어왔다. 히타치는 1994년 이후 저성장과 수익성 악화에 빠져 있다. 신임 CEO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잃어버린 지난 10여 년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0년 미국의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 디포의 CEO로 임명된 로버트 나델리는 과거 GE에서 성공을 거둔 자신의 방식을 홈 디포에 그대로 적용했다. 그는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나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보다는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쪽에 힘을 쏟았다. 10억 달러를 들여 고객이 스스로 계산하게 하는 셀프 체크 설비와 재고관리 시스템, 각종 데이터 베이스 등을 구축했다. 그리고 수천 명의 정규직을 해고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로 대체했다. 서비스 업체에서 이런 방식은 맞지 않다고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GE에서 그랬던 것처럼 확신을 품고 밀고 나갔다. 그 결과 매출은 늘었지만, 주가는 나델리가 취임한 2000년 말 46달러에서 2006년 말 40달러로 오히려 떨어졌다. 결국 2007년 1월 나델리는 독단적 리더십과 천문학적인 보수가 도마에 오르면서 해고되었다. 홈 디포가 그 동안 소홀히 해온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켜 고객의 발걸음을 되돌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처럼 CEO 개인의 과거 성공방식은 만병통치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슈퍼CEO는 자신이 믿는 성공방식을 다른 회사나 다른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기업은 오늘도 유명한 CEO가 파놓은 성공의 함정에 빠져 시장 기회를 놓치고, 핵심역량이 훼손되는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광효과의 함정
다행히 이런 ‘성공의 함정’을 피하더라도, 슈퍼CEO에 의존하는 기업은 그의 성공신화에 젖어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슈퍼CEO의 명성이 높을수록 조직 구성원들이 맹목적인 신뢰를 갖고 CEO가 하는 모든 의사결정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려는 집단적 사고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2001년 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역시 슈퍼CEO에 의존한 기업이 봉착할 수 있는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엔론의 분식회계가 밝혀지기 전까지 언론매체들은 15년 만에 엔론의 시가총액을 17배로 증가시킨 제프 스킬링의 리더십에 찬사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그는 ‘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의 지평을 연 CEO’로 칭송 받았으며, 리더의 모범으로 소개됐다. 그러자 기업 내부의 구성원들뿐 아니라 외부의 기업 감시자들 또한 초고속 인터넷, 금속, 금융 등으로 확장일로를 내달리던 제프 스킬링의 의사결정에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회계비리가 밝혀지자 얼마 전까지 그의 리더십을 칭송하던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하고 회계감사를 보완해 최고경영자를 감시하고 기업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완전한 제도보다 오히려 언론매체들이 만들어 낸 제프 스킬링의 허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이 조직 전체의 감시 기능을 눈멀게 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였다.
이처럼 언론의 찬사와 성공신화로 무장한 슈퍼CEO는 내·외부의 견제 세력을 무력화시키며 기업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이다. 엔론의 사례가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많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일개인의 전횡에 의해 휘둘리는 것을 드물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카리스마의 함정
슈퍼CEO의 ‘후광효과 함정’에 빠지지 않더라도 독단적인 리더의 결정이 회사에 큰 손실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리더십 공백까지 야기하는 위험을 불러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CEO는 의사결정을 위해 많은 정보를 구성원들로부터 전달받고, 일련의 논의과정을 거쳐 최종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카리스마형 CEO는 홀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은 가능하지만 CEO 후보군이나 관련 임원들은 의사결정의 배경이나 절차는 물론 관련 정보조차 공유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결국 CEO와 나머지 구성원 간의 역량 차이를 점점 더 키움으로써, CEO 교체 시 리더십 공백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서 고속성장을 해오던 소니가 최근 긴 침체에 빠져있는 것이 CEO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니는 창업자인 이부카와 모리타의 DNA로 만들어진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동 창업자인 이부카는 천재적인 엔지니어로 신제품 개발을 이끌었고, 모리타는 타고난 경영 감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이들은 즉석에서 의사결정을 내렸고, 이러한 의사결정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CEO들의 빠른 의사결정은 트리니트론 TV와 워크맨이 성공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지만, 영화, 음반 사업에 진출해 큰 손실을 입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CEO 후보와 창업자간 역량과 리더십에 있어 격차를 점점 더 키워 전문경영인 세대로의 경영권 이전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한 점이다. 소니의 모리타, 이부카, 오가 등에 이어 1995년 CEO에 선임된 이데이는 컴퍼니 제도를 도입하고 디지털 드림 키즈와 같은 캐치 프레이즈로 본격적인 네트워크 전략을 실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전임 CEO들에 익숙해져 있던 소니의 구성원들은 관리형 CEO인 이데이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고 반발했고, 이후 소니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소니는 ‘전자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대세로 등장한 이 중요한 시기에 의사결정이 번번이 지연되면서 디지털 IT경쟁에서 뒤쳐지게 되었다.
소니의 전 CEO인 이데이 노부유키는 당시의 어려움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소니를 경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니는 창업자의 비전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비전은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과 표준이 되었다.’
마마보이의 함정
카리스마의 함정을 극복하여 능력 있는 CEO가 새로 임명된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슈퍼CEO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이 새로운 시장 트랜드나 경쟁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할 때, 조급하게 전임 CEO를 다시 경영에 복귀시키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임 CEO가 ‘우리가 속한 산업의 전문가이자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관성처럼 남아 있는데다 조직의 적응 능력이 전반적으로 취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슈퍼CEO는 장기적으로 조직 스스로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 핵심역량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자립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2007년 초 세계 PC 시장에서 부동의 1인자였던 델은 CEO인 케빈 롤린스를 해임하고 창업자이자 회장이었던 마이클 델이 CEO에 복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 CEO였던 케빈 롤린스는 2004년 델의 CEO로 임명되기 전까지 델의 사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있으면서 마이클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왔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가 컸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롤린스가 이끄는 델은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저가 범용 PC에서 개성 있는 PC로’ 중심이 옮아가고 있던 당시의 시장 트랜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델의 침체 원인을 CEO 개인의 과오가 아니라 마이클 델이 만들었던 과거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따라 진부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마이클 델의 복귀에 거는 시장의 기대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 포털업체인 야후 또한 2007년 공동 창업자였던 제리 양을 CEO로 복귀시키고 구글에 밀린 위상을 되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야후에 몸담아온 제리 양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채 장기 전략을 책임져 왔으며 회사 직원들도 그에게 경영과 관련한 보고서를 단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은 회의적인 시각으로 야후를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후 관계자들은 제리 양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회사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구글에게 빼앗긴 시장 지배력을 되찾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슈퍼CEO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조직은 현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슈퍼CEO가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는 슈퍼CEO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조직 전체가 학습 조직이 되어 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체화하여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슈퍼CEO에 의존하는 기업이 빠질 수 있는 4가지 함정을 차례로 살펴보았다. 이들 함정은 때로는 단독으로 때로는 서로 결합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협한다. 그렇다면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단계 5의 리더십’에 이른 리더는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역설적으로 융합하여 지속적으로 큰 성과를 일구어 낸다’고 묘사했다(<그림 2> 참조). 특히 단계 5의 리더는 차세대 후계자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기업의 연속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단계 5 리더의 결정적인 장점인 것이다.
조선 왕조가 27대에 걸쳐 500여 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개개인의 군왕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세자를 일찍이 책봉하고 엄격한 교육을 통해 세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덕목과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치밀한 시스템 덕이 컸다. 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선왕 대신 세자가 정사를 돌보게 하는 대리청정과 같은 실전훈련 과정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의 왕은 명목적으로는 절대군주였지만 어전회의를 통해 항상 중신들의 의견을 경청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상례였다. 이처럼 수백 년 동안 왕조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세스, 그리고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능력 있는 CEO가 계속 영입될 것이라는 가정과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성공적인 ‘왕의 귀환’이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은 회사 운영을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슈퍼CEO의 왕국’이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려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LG Business Insight 991호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 위크지가 3년 연속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애플은 많은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컴퓨터에서 시작해 iPod, iTunes, iPhone 등 혁신적인 제품으로 사업 영역을 성공적으로 확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것을 가능케 한 원동력인 CEO, 스티브 잡스의 존재는 애플의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을 점치는 데 있어 의구심을 갖게 한다. 왜냐하면 슈퍼스타 한 사람에게 과도하게 의존해 온 조직은 그의 진퇴에 의해 쉽게 동요하고 성장 정체를 겪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는 기업이 성장 정체를 겪게 되는 이유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흥미로운 보고서를 선보였다. 이 보고서는 성장 정체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전략을 실행할 만한 역량을 갖춘 우수한 인력과 리더의 부족을 지목했다. 그리고 이런 이유로 성장 정체를 겪는 기업에서는 카리스마가 넘치는 CEO에 의존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된다고 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포춘지가 2007년 ‘가장 존경 받는 기업’ 1위에 선정한 애플을 ‘역대 1위 기업 중 CEO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기업’이라고 소개한 것은 기업의 지속성 측면에서 의미심장한 대목이라고 하겠다.
이 글에서는 조직이 한 개인의 역량에 지나치게 의존할 때 기업이 어떤 함정에 빠질 수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먼저 CEO에 기대되는 역할과 의존도가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살펴보자.
CEO는 만능 연예인?
CEO 상(像)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커다란 변화를 겪었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된 미국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년 동안은 경영진에게 의사결정권이 주어졌던 경영자 자본주의(Managerial Capitalism) 시대였다. 이 시기에 CEO는 기업 규모와 시장점유율을 키우고 비 관련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등 주주 가치나 수익성보다는 자신의 입지를 넓히는데 골몰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미국 기업들의 주식 소유가 폭넓게 분산되어 있어 주주들의 요구사항이 기업의 실제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던 점에 기인한다.
하지만 1980년대 불어닥친 불황의 여파로 합병, 적대적 인수, 차입에 의한 기업인수(LBO), 구조조정 등이 활발해지고 주주 자본주의(Investor or Shareholder Capitalism)가 도래하면서 CEO의 입지는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왜냐하면 뮤추얼 펀드 등을 통해 주주들이 결집하게 됨으로써 주주 등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고 기대 수준 이상의 수익을 안겨주지 못하는 무능력한 CEO를 견제 또는 제거하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근년 들어 스타 CEO의 입지가 갈수록 확고해져 가는 모습이다. 각종 언론매체가 경영 관련 뉴스를 쏟아내면서 일반 대중들이 이름이 널리 알려진 CEO가 재임하는 회사에 적극 투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Populist Capitalism’). 2008년 1월 스타벅스의 하워드 슐츠 회장이 CEO로 복귀하자마자 이 사실이 알려진 당일 주가가 10% 폭등한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이처럼 기업에서 CEO가 차지하는 위상은 계속 변해왔지만, 많은 기업들은 다양한 이유에서 슈퍼CEO를 발굴하고 영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지만 CEO가 기업 성과와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적으로 분석한 많은 연구보고서들을 살펴보면 이 둘 간의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증명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업 성과에 미치는 변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 슈퍼CEO가 전적으로 긍정적인 영향만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한다. 슈퍼CEO는 투자자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높은 경영 성과 등과 같은 선물을 안겨줄 수도 있지만, 조직을 다음과 같은 함정에 빠뜨릴 수도 있다(<그림 1> 참조).
성공의 함정
대다수 슈퍼CEO는 과거 자신의 성공방식을 그대로 다른 영역에도 적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 방식을 조직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전파함으로써 자신의 지위를 공고히 하고자 한다. CEO의 개인적 배경이 전체 조직문화를 형성하는데 과도한 영향을 미치면 작지 않은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이다. 심한 경우 시장 흐름과 다른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림으로써 기업 가치를 훼손하기도 한다.
가전, 정보통신, 발전, 산업 시스템 등의 제품으로 널리 알려진 히타치의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다. 히타치는 전통적으로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가 자리잡은 회사였다. 히타치의 CEO는 줄곧 발전 또는 산업 시스템 분야 출신으로 채워졌으며, 최고 경영진 중 MBA나 경영학 관련 학위를 취득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히타치의 CEO들은 전임 CEO와 동일한 방식으로 정보통신과 가전 사업군을 관리했고, 조직 구성원들을 그러한 방식을 당연시했다. 시장 잠재력은 정보통신, 가전 부문이 더 컸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행은 2006년 후루가와 가즈오가 정보통신 분야 출신으로는 첫번째로 CEO에 선임될 때까지 계속되어왔다. 히타치는 1994년 이후 저성장과 수익성 악화에 빠져 있다. 신임 CEO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잃어버린 지난 10여 년을 만회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2000년 미국의 건축자재 유통업체인 홈 디포의 CEO로 임명된 로버트 나델리는 과거 GE에서 성공을 거둔 자신의 방식을 홈 디포에 그대로 적용했다. 그는 고객에게 새로운 서비스나 가치를 창출하는 분야보다는 원가를 절감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쪽에 힘을 쏟았다. 10억 달러를 들여 고객이 스스로 계산하게 하는 셀프 체크 설비와 재고관리 시스템, 각종 데이터 베이스 등을 구축했다. 그리고 수천 명의 정규직을 해고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로 대체했다. 서비스 업체에서 이런 방식은 맞지 않다고 반대하는 여론도 있었지만, GE에서 그랬던 것처럼 확신을 품고 밀고 나갔다. 그 결과 매출은 늘었지만, 주가는 나델리가 취임한 2000년 말 46달러에서 2006년 말 40달러로 오히려 떨어졌다. 결국 2007년 1월 나델리는 독단적 리더십과 천문학적인 보수가 도마에 오르면서 해고되었다. 홈 디포가 그 동안 소홀히 해온 고객 서비스를 향상시켜 고객의 발걸음을 되돌리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처럼 CEO 개인의 과거 성공방식은 만병통치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슈퍼CEO는 자신이 믿는 성공방식을 다른 회사나 다른 상황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오류를 범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기업은 오늘도 유명한 CEO가 파놓은 성공의 함정에 빠져 시장 기회를 놓치고, 핵심역량이 훼손되는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광효과의 함정
다행히 이런 ‘성공의 함정’을 피하더라도, 슈퍼CEO에 의존하는 기업은 그의 성공신화에 젖어 잘못된 길로 들어설 수 있다. 슈퍼CEO의 명성이 높을수록 조직 구성원들이 맹목적인 신뢰를 갖고 CEO가 하는 모든 의사결정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려는 집단적 사고가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2001년 말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엔론의 분식회계 사건 역시 슈퍼CEO에 의존한 기업이 봉착할 수 있는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엔론의 분식회계가 밝혀지기 전까지 언론매체들은 15년 만에 엔론의 시가총액을 17배로 증가시킨 제프 스킬링의 리더십에 찬사를 늘어놓기에 바빴다. 그는 ‘에너지 산업에서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의 지평을 연 CEO’로 칭송 받았으며, 리더의 모범으로 소개됐다. 그러자 기업 내부의 구성원들뿐 아니라 외부의 기업 감시자들 또한 초고속 인터넷, 금속, 금융 등으로 확장일로를 내달리던 제프 스킬링의 의사결정에 박수를 보낼 뿐이었다.
하지만 막상 회계비리가 밝혀지자 얼마 전까지 그의 리더십을 칭송하던 언론은 이구동성으로 ‘사외이사 제도를 강화하고 회계감사를 보완해 최고경영자를 감시하고 기업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불완전한 제도보다 오히려 언론매체들이 만들어 낸 제프 스킬링의 허상에서 뿜어져 나오는 후광이 조직 전체의 감시 기능을 눈멀게 한 것이 결정적인 문제였다.
이처럼 언론의 찬사와 성공신화로 무장한 슈퍼CEO는 내·외부의 견제 세력을 무력화시키며 기업을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이다. 엔론의 사례가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제 우리 주변에서도 많은 기업들의 의사결정이 일개인의 전횡에 의해 휘둘리는 것을 드물지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카리스마의 함정
슈퍼CEO의 ‘후광효과 함정’에 빠지지 않더라도 독단적인 리더의 결정이 회사에 큰 손실을 가져오고, 궁극적으로는 리더십 공백까지 야기하는 위험을 불러오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CEO는 의사결정을 위해 많은 정보를 구성원들로부터 전달받고, 일련의 논의과정을 거쳐 최종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카리스마형 CEO는 홀로 판단하고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향이 강하다.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은 가능하지만 CEO 후보군이나 관련 임원들은 의사결정의 배경이나 절차는 물론 관련 정보조차 공유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는 결국 CEO와 나머지 구성원 간의 역량 차이를 점점 더 키움으로써, CEO 교체 시 리더십 공백을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
가장 혁신적인 기업 중 하나로서 고속성장을 해오던 소니가 최근 긴 침체에 빠져있는 것이 CEO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기업이 직면하게 되는 위험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니는 창업자인 이부카와 모리타의 DNA로 만들어진 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동 창업자인 이부카는 천재적인 엔지니어로 신제품 개발을 이끌었고, 모리타는 타고난 경영 감각으로 글로벌 시장을 개척했다. 이들은 즉석에서 의사결정을 내렸고, 이러한 의사결정에 대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CEO들의 빠른 의사결정은 트리니트론 TV와 워크맨이 성공하는데 밑거름이 되기도 했지만, 영화, 음반 사업에 진출해 큰 손실을 입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CEO 후보와 창업자간 역량과 리더십에 있어 격차를 점점 더 키워 전문경영인 세대로의 경영권 이전이 순조롭게 이뤄지지 못한 점이다. 소니의 모리타, 이부카, 오가 등에 이어 1995년 CEO에 선임된 이데이는 컴퍼니 제도를 도입하고 디지털 드림 키즈와 같은 캐치 프레이즈로 본격적인 네트워크 전략을 실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카리스마가 넘치는 전임 CEO들에 익숙해져 있던 소니의 구성원들은 관리형 CEO인 이데이 회장의 리더십에 의문을 품고 반발했고, 이후 소니는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소니는 ‘전자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대세로 등장한 이 중요한 시기에 의사결정이 번번이 지연되면서 디지털 IT경쟁에서 뒤쳐지게 되었다.
소니의 전 CEO인 이데이 노부유키는 당시의 어려움을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소니를 경영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니는 창업자의 비전에 의해 움직이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비전은 모든 의사결정의 기본과 표준이 되었다.’
마마보이의 함정
카리스마의 함정을 극복하여 능력 있는 CEO가 새로 임명된다고 해서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슈퍼CEO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기업이 새로운 시장 트랜드나 경쟁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할 때, 조급하게 전임 CEO를 다시 경영에 복귀시키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임 CEO가 ‘우리가 속한 산업의 전문가이자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관성처럼 남아 있는데다 조직의 적응 능력이 전반적으로 취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슈퍼CEO는 장기적으로 조직 스스로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고 핵심역량을 개선해나갈 수 있는 자립 능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 2007년 초 세계 PC 시장에서 부동의 1인자였던 델은 CEO인 케빈 롤린스를 해임하고 창업자이자 회장이었던 마이클 델이 CEO에 복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전 CEO였던 케빈 롤린스는 2004년 델의 CEO로 임명되기 전까지 델의 사장과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있으면서 마이클과 함께 회사를 이끌어왔기 때문에 시장의 신뢰가 컸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롤린스가 이끄는 델은 ‘데스크톱에서 노트북으로’,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저가 범용 PC에서 개성 있는 PC로’ 중심이 옮아가고 있던 당시의 시장 트랜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델의 침체 원인을 CEO 개인의 과오가 아니라 마이클 델이 만들었던 과거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시장과 고객의 변화에 따라 진부화 되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마이클 델의 복귀에 거는 시장의 기대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인터넷 포털업체인 야후 또한 2007년 공동 창업자였던 제리 양을 CEO로 복귀시키고 구글에 밀린 위상을 되찾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 야후에 몸담아온 제리 양은 경영에 관여하지 않은 채 장기 전략을 책임져 왔으며 회사 직원들도 그에게 경영과 관련한 보고서를 단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시장은 회의적인 시각으로 야후를 바라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후 관계자들은 제리 양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다시 한 번 회사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하고 구글에게 빼앗긴 시장 지배력을 되찾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슈퍼CEO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조직은 현재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슈퍼CEO가 처리해 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기업 환경 속에서는 슈퍼CEO 한 사람에게 모든 것을 걸기보다는 조직 전체가 학습 조직이 되어 변화에 대응하고 이를 체화하여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금까지 슈퍼CEO에 의존하는 기업이 빠질 수 있는 4가지 함정을 차례로 살펴보았다. 이들 함정은 때로는 단독으로 때로는 서로 결합되어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협한다. 그렇다면 이런 함정을 피하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 짐 콜린스는 ‘Good to Great(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단계 5의 리더십’에 이른 리더는 ‘개인적 겸양과 직업적 의지를 역설적으로 융합하여 지속적으로 큰 성과를 일구어 낸다’고 묘사했다(<그림 2> 참조). 특히 단계 5의 리더는 차세대 후계자들이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 준다고 한다. 기업의 연속성을 염두에 두는 것이 단계 5 리더의 결정적인 장점인 것이다.
조선 왕조가 27대에 걸쳐 500여 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개개인의 군왕이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세자를 일찍이 책봉하고 엄격한 교육을 통해 세자가 국가를 통치하는 덕목과 지식을 습득하게 하는 치밀한 시스템 덕이 컸다. 또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선왕 대신 세자가 정사를 돌보게 하는 대리청정과 같은 실전훈련 과정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선시대의 왕은 명목적으로는 절대군주였지만 어전회의를 통해 항상 중신들의 의견을 경청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상례였다. 이처럼 수백 년 동안 왕조를 이어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세스, 그리고 시스템이 있었던 것이다.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능력 있는 CEO가 계속 영입될 것이라는 가정과 스티브 잡스와 같은 성공적인 ‘왕의 귀환’이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라는 믿음은 회사 운영을 운에 맡기는 것과 다름없다. ‘슈퍼CEO의 왕국’이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되려면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LG Business Insight 9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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