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6. 9. 20:30
최근 미국의 자본시장에서는 자국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반적인 산업별 경기 둔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다만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으로 인한 원자재 산업의 호조가 예상되는 등 업종간 명암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미국의 경기 위축에 더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향후 미국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어 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미국 경기 전망을 통해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미 수출 경기와 관련해 기업의 실적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도 작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실적 전망을 통해 산업 경기 전망
통상 경기 전망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기업가치 산정과 실적 전망 기법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자본시장이 자국 기업들의 향후 실적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통해 산업 경기를 전망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 실적 전망에는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현실적인 시각이 반영되어 있고 이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시기적으로도 기업들의 2008년 1분기 실적과 산업별 근황을 반영한 최근의 전망을 알 수 있는 현재 시점이 적절해 보인다. 예상 기업 실적은 주가 변동을 통해 증권시장에 반영되어 경제 전망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하에서는 미국 증시의 S&P 1500지수 구성 종목 중 시장 전망치가 파악된 867개 기업의 예상 실적을 통해 미국 경제의 산업별 경기 전망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S&P 1500지수는 자본시장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별 주요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별 실적 예상을 종합해 산업 경기에 대한 자본시장의 시각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매출 증가세 둔화, 이익 규모 감소 예상
미국 자본시장은 당분간 미국 주요 기업들의 전반적인 성장성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기업들의 예상 실적을 합산해 계산한 총매출액 증가율이 2008년 4.3%, 2009년 5.9%에 그쳐 2003~2007년 평균 10.8%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그림 1> 참조).
반면 수익성(Earnings Before Interest & Taxes Margin·이하 EBIT 마진)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14.8%, 15.9%를 기록해 2007년 이전 기간의 평균 수준을 일단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익 규모 자체는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감소할 것으로 집계되었다. 2007년까지는 매출액 증가와 수익성 향상이 동반된 반면 2008년에는 매출 증가율이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수익성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었다(<그림 2> 참조).
산업 경기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
기업 실적 전망을 살펴 보면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미국의 산업 경기 부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초까지 상당수 산업의 성장성이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기업들의 2008년 1사분기 실적은 금융업을 제외하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지만, 향후 산업별 실적에 대한 자본시장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의 산업 경기가 단기간 심각한 침체를 보인 후 빠르게 회복되는 V자형이 아니라 경기부진 탈출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U자형에 가까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자본시장의 전망에 따르면 전반적인 산업 경기는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2008년 하반기 이후에야 다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 전망은 명암 엇갈려
자본시장의 기업별 예상 실적을 산업별로 집계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2007년 이전의 실적과 비교해 보면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40개 주요 산업 중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 업종은 정유업, 반도체/전자부품, 건강 관리 서비스, 방송 등 5개뿐이다. 나머지 35개 업종 중 식품가공업을 제외한 34개 업종은 성장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었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와 직접 연관된 금융업의 매출 감소세는 5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 업종에는 광업, 철강 등 최근 강세를 보이는 원자재 관련 산업과 함께 고유가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철도 부문이 포함된 육상운송업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자동차, 건설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그림 3> 참조).
이 같은 자본시장의 산업별 전망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원자재 가격 상승세 지속 예상
첫째, 미국 자본시장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에 따라 관련 산업의 매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높은 매출 신장세가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고 공급 부족 우려 등 산업 내 변수에 따라 전·후방 산업 간 차이도 커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업종별로 보면 40.8%의 매출 신장이 예상되는 정유업을 필두로 광업(금속, 석탄 등), 제련/철강업 등 대다수 관련 업종의 2008년 매출액 증가율이 20~3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매출 신장세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2009년 무렵에는 광업(석탄)을 제외한 산업들의 성장성이 대폭 꺾일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원자재 관련 산업의 수익성은 유전(가스전) 개발업종이 30%대의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광업(석탄)의 EBIT 마진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반면 2008년 최고의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정유업의 수익성은 1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처럼 에너지 관련 업종들의 실적 전망이 상이한 이유는 관련 산업 간 역학 관계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즉 유전 개발업의 중요도는 더 커지는 반면 원유 가격 상승의 압박을 받는 정유업은 높은 매출 신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일 원자재 가격이 수요 자체를 위축시킬 만큼 과도하게 급등한다면 비용 상승에 의한 경기 침체가 나타나 전방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급락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후방산업인 유전(가스전) 개발업과 달리 정유산업의 매출이 2008년 급증한 후 2009년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 배경에는 이런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표> 참조).
●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유증 내년까지 지속
둘째,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따라 서브프라임 문제와 직결된 금융업과 건설업도 당분간 위축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금융업 중에서도 부동산 경기와 관련된 여신금융업이나 서브프라임 문제와 얽혀 있는 증권업의 실적 전망이 가장 비관적이다. 자본시장에 의견을 내는 당사자인 증권회사들이 본업에 대해 2008년 최대 60%의 매출 감소와 함께 2003~2007년 최고점 대비 30% 이상의 수익성 하락을 예상한데다가 2009년까지도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 역시 당분간 과거와 같은 경기를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였다. 2007년 시작된 매출 감소세가 2009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및 건설업종의 일부 주요 기업들에 대한 시장 전망치(Market Consensus)가 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자본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 일각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유발한 금융기관 부실화가 종결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 경기도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의 기업 실적 전망을 종합하면 그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소비 패턴 강화 전망
셋째, 내수 부진 속에서 소비 패턴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내수 관련 업종의 전반적인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연간 실적으로 볼 때 상당수 내수 관련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 둔화 폭이 2007년 대비 1%p 미만이고 대형 유통업 등 일부 산업의 매출은 2009년부터 반등하는 등 최악의 내수 부진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내수 업종간에도 실적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다.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을 막론하고 비내구재에 비해 내구재 부문의 위축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았다. 자동차 제조업과 가구 제조업의 매출이 2007, 2008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2009년까지도 실적 회복이 힘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가전 등 평균단가가 비교적 높은 소비재 부문의 성장성도 2003~2007년 평균 18.8%보다 대폭 하락한 5.4%에 그치고 외식업 등의 매출액 증가율도 2009년까지 계속 하락할 것으로 관측되었다.
반면 할인점 등의 대형 유통업과 DIY 문화가 반영된 주거 관련 소매업종이 2008년부터 매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건강 관련 서비스나 교육 서비스업도 매출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자동차 제조업과 달리 자동차 판매업의 매출 증가세도 2009년에는 과거보다 높은 5.1%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자본시장의 전망을 종합하면 미국 내수 부문에서는 경제성을 우선시하거나 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강화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유통업이나 생필품 관련 산업의 신장은 근검 절약하는 소비 성향의 강화를 의미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또 자동차 제조업과 달리 판매업의 성장성이 과거보다 개선되리라는 전망에서도 고유가 시대에 경제성을 우선시하여 연비가 우수한 외국산 자동차 또는 중고차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필수 소비재가 아닌 건강 관리, 교육 서비스업의 실적 향상이 예상되는 것은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소비 수요가 계속 커지는 양상이 점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세계 경제 성장 지속 예상
넷째, 미국 자본시장은 달러 약세와 세계 경제의 호조를 전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기가 모두 반영되어 있는 수출 산업과 운송업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 화학, 제약, 금속 가공, 기계설비 산업의 주요 기업들 중 상당수는 수출 비중이 크고 경제 개발 단계에 있는 신흥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품목을 주요 제품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전망은 달러 약세 지속과 신흥시장의 지속적 성장에 따른 수출 증가 및 해외사업 호조가 예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학업종의 경우에는 범용 사업 부문 매각 및 고수익 사업 집중 등 기업 체질 개선과 수익성 향상을 위해 미국 화학 기업들이 2000년대 들어 추진해 온 M&A 등의 구조조정 노력이 향후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운송업의 매출 증대가 예상된 점도 글로벌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운송업 호조는 물동량 증가를 뜻하며, 이는 그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상승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철도운송 부문이 포함된 육운을 제외한 해운, 항운의 수익성이 과거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 점에서는 고유가의 어두운 그늘도 엿보인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운영비용 상승이 운송업의 수익성을 하락시킬뿐 아니라 물류비용 상승을 통해 경제 전반의 수익성마저 악화시킬 가능성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당분간 산업 경기 부진 예상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을 통해 살펴 보면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자국의 산업 경기가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분간 부진하리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소비 위축으로 인해 내수기반이 다소 부진하겠지만 달러 약세에 의한 수출 산업 호조가 이를 보완하여 전반적인 수익성은 일정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여건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호조가 예상되는 신흥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992호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한 미국의 경기 위축에 더해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 위축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향후 미국 경기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어 있다.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고려하면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의 시금석이 될 수 있어, 미국 경기 전망을 통해 세계 경제의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미 수출 경기와 관련해 기업의 실적을 예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에 주는 의미도 작지 않을 것이다.
기업의 실적 전망을 통해 산업 경기 전망
통상 경기 전망은 거시경제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전통적인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그런데 미국의 경우에는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기업가치 산정과 실적 전망 기법이 가장 발달한 미국의 자본시장이 자국 기업들의 향후 실적을 어떻게 예상하는지를 통해 산업 경기를 전망하는 방식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 실적 전망에는 개별 기업에 직접 투자해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의 현실적인 시각이 반영되어 있고 이해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시기적으로도 기업들의 2008년 1분기 실적과 산업별 근황을 반영한 최근의 전망을 알 수 있는 현재 시점이 적절해 보인다. 예상 기업 실적은 주가 변동을 통해 증권시장에 반영되어 경제 전망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이하에서는 미국 증시의 S&P 1500지수 구성 종목 중 시장 전망치가 파악된 867개 기업의 예상 실적을 통해 미국 경제의 산업별 경기 전망을 파악해 보고자 한다. S&P 1500지수는 자본시장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산업별 주요 기업들로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이 지수를 구성하는 기업별 실적 예상을 종합해 산업 경기에 대한 자본시장의 시각을 파악해 볼 수 있다.
매출 증가세 둔화, 이익 규모 감소 예상
미국 자본시장은 당분간 미국 주요 기업들의 전반적인 성장성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기업들의 예상 실적을 합산해 계산한 총매출액 증가율이 2008년 4.3%, 2009년 5.9%에 그쳐 2003~2007년 평균 10.8%보다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그림 1> 참조).
반면 수익성(Earnings Before Interest & Taxes Margin·이하 EBIT 마진)은 올해와 내년에 각각 14.8%, 15.9%를 기록해 2007년 이전 기간의 평균 수준을 일단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이익 규모 자체는 2007년에 이어 2008년에도 감소할 것으로 집계되었다. 2007년까지는 매출액 증가와 수익성 향상이 동반된 반면 2008년에는 매출 증가율이 2004년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고 수익성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었다(<그림 2> 참조).
산업 경기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
기업 실적 전망을 살펴 보면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미국의 산업 경기 부진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초까지 상당수 산업의 성장성이 회복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 기업들의 2008년 1사분기 실적은 금융업을 제외하면 비교적 양호한 편이었지만, 향후 산업별 실적에 대한 자본시장의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미국의 산업 경기가 단기간 심각한 침체를 보인 후 빠르게 회복되는 V자형이 아니라 경기부진 탈출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U자형에 가까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자본시장의 전망에 따르면 전반적인 산업 경기는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하고 2008년 하반기 이후에야 다소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별 전망은 명암 엇갈려
자본시장의 기업별 예상 실적을 산업별로 집계해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진 2007년 이전의 실적과 비교해 보면 업종별로 명암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40개 주요 산업 중 성장성과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 업종은 정유업, 반도체/전자부품, 건강 관리 서비스, 방송 등 5개뿐이다. 나머지 35개 업종 중 식품가공업을 제외한 34개 업종은 성장성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었다. 특히 서브프라임 사태와 직접 연관된 금융업의 매출 감소세는 5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었다.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 업종에는 광업, 철강 등 최근 강세를 보이는 원자재 관련 산업과 함께 고유가 시대에 상대적으로 높은 에너지 효율성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는 철도 부문이 포함된 육상운송업이 포함되어 있다. 반면 자동차, 건설 등 내수 관련 업종의 수익성은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었다(<그림 3> 참조).
이 같은 자본시장의 산업별 전망을 종합하면 아래와 같이 크게 4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 원자재 가격 상승세 지속 예상
첫째, 미국 자본시장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세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그에 따라 관련 산업의 매출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러나 높은 매출 신장세가 계속 유지되기는 힘들고 공급 부족 우려 등 산업 내 변수에 따라 전·후방 산업 간 차이도 커질 것으로 예상하였다.
업종별로 보면 40.8%의 매출 신장이 예상되는 정유업을 필두로 광업(금속, 석탄 등), 제련/철강업 등 대다수 관련 업종의 2008년 매출액 증가율이 20~30%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었다. 그러나 이 같은 매출 신장세는 단기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었다. 2009년 무렵에는 광업(석탄)을 제외한 산업들의 성장성이 대폭 꺾일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원자재 관련 산업의 수익성은 유전(가스전) 개발업종이 30%대의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광업(석탄)의 EBIT 마진도 꾸준히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반면 2008년 최고의 매출 증가가 예상되는 정유업의 수익성은 12%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었다. 이처럼 에너지 관련 업종들의 실적 전망이 상이한 이유는 관련 산업 간 역학 관계의 변화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즉 유전 개발업의 중요도는 더 커지는 반면 원유 가격 상승의 압박을 받는 정유업은 높은 매출 신장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정체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만일 원자재 가격이 수요 자체를 위축시킬 만큼 과도하게 급등한다면 비용 상승에 의한 경기 침체가 나타나 전방산업의 매출과 수익성이 동반 급락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후방산업인 유전(가스전) 개발업과 달리 정유산업의 매출이 2008년 급증한 후 2009년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 배경에는 이런 논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표> 참조).
● 서브프라임 사태의 후유증 내년까지 지속
둘째, 서브프라임 사태의 여파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에 따라 서브프라임 문제와 직결된 금융업과 건설업도 당분간 위축세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금융업 중에서도 부동산 경기와 관련된 여신금융업이나 서브프라임 문제와 얽혀 있는 증권업의 실적 전망이 가장 비관적이다. 자본시장에 의견을 내는 당사자인 증권회사들이 본업에 대해 2008년 최대 60%의 매출 감소와 함께 2003~2007년 최고점 대비 30% 이상의 수익성 하락을 예상한데다가 2009년까지도 과거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 역시 당분간 과거와 같은 경기를 회복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하였다. 2007년 시작된 매출 감소세가 2009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 것이다. 더군다나 부동산 및 건설업종의 일부 주요 기업들에 대한 시장 전망치(Market Consensus)가 제시되지 않은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자본시장에서는 부동산 경기의 조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시 일각에서는 서브프라임 사태가 유발한 금융기관 부실화가 종결될 가능성을 거론하며 미국 경기도 서브프라임 사태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그러나 시장의 기업 실적 전망을 종합하면 그 여파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경제성을 우선시하는 소비 패턴 강화 전망
셋째, 내수 부진 속에서 소비 패턴에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선 내수 관련 업종의 전반적인 실적은 부진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그러나 연간 실적으로 볼 때 상당수 내수 관련 업종의 매출액 증가율 둔화 폭이 2007년 대비 1%p 미만이고 대형 유통업 등 일부 산업의 매출은 2009년부터 반등하는 등 최악의 내수 부진에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또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내수 업종간에도 실적 차이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하였다.
업종별로 보면 도·소매업을 막론하고 비내구재에 비해 내구재 부문의 위축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았다. 자동차 제조업과 가구 제조업의 매출이 2007, 2008년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2009년까지도 실적 회복이 힘들 것으로 예상한 것이다. 가전 등 평균단가가 비교적 높은 소비재 부문의 성장성도 2003~2007년 평균 18.8%보다 대폭 하락한 5.4%에 그치고 외식업 등의 매출액 증가율도 2009년까지 계속 하락할 것으로 관측되었다.
반면 할인점 등의 대형 유통업과 DIY 문화가 반영된 주거 관련 소매업종이 2008년부터 매출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건강 관련 서비스나 교육 서비스업도 매출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자동차 제조업과 달리 자동차 판매업의 매출 증가세도 2009년에는 과거보다 높은 5.1%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자본시장의 전망을 종합하면 미국 내수 부문에서는 경제성을 우선시하거나 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소비 패턴이 강화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형 유통업이나 생필품 관련 산업의 신장은 근검 절약하는 소비 성향의 강화를 의미하는 현상이라 볼 수 있다. 또 자동차 제조업과 달리 판매업의 성장성이 과거보다 개선되리라는 전망에서도 고유가 시대에 경제성을 우선시하여 연비가 우수한 외국산 자동차 또는 중고차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이와 함께 필수 소비재가 아닌 건강 관리, 교육 서비스업의 실적 향상이 예상되는 것은 생활의 질을 높이려는 소비 수요가 계속 커지는 양상이 점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세계 경제 성장 지속 예상
넷째, 미국 자본시장은 달러 약세와 세계 경제의 호조를 전망하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경기가 모두 반영되어 있는 수출 산업과 운송업의 실적 개선을 예상하였기 때문이다. 성장성과 수익성이 동반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 화학, 제약, 금속 가공, 기계설비 산업의 주요 기업들 중 상당수는 수출 비중이 크고 경제 개발 단계에 있는 신흥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품목을 주요 제품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전망은 달러 약세 지속과 신흥시장의 지속적 성장에 따른 수출 증가 및 해외사업 호조가 예상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화학업종의 경우에는 범용 사업 부문 매각 및 고수익 사업 집중 등 기업 체질 개선과 수익성 향상을 위해 미국 화학 기업들이 2000년대 들어 추진해 온 M&A 등의 구조조정 노력이 향후 실적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운송업의 매출 증대가 예상된 점도 글로벌 경기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시장이 기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운송업 호조는 물동량 증가를 뜻하며, 이는 그만큼 경제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만 유가상승 타격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철도운송 부문이 포함된 육운을 제외한 해운, 항운의 수익성이 과거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 점에서는 고유가의 어두운 그늘도 엿보인다. 고유가 지속에 따른 운영비용 상승이 운송업의 수익성을 하락시킬뿐 아니라 물류비용 상승을 통해 경제 전반의 수익성마저 악화시킬 가능성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은 당분간 산업 경기 부진 예상
주요 기업의 실적 전망을 통해 살펴 보면 미국 자본시장에서는 자국의 산업 경기가 경기 침체까지는 아니더라도 당분간 부진하리라고 전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또 소비 위축으로 인해 내수기반이 다소 부진하겠지만 달러 약세에 의한 수출 산업 호조가 이를 보완하여 전반적인 수익성은 일정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내수 부진이 지속되면 한국 기업의 대미 수출여건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은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상대적으로 호조가 예상되는 신흥시장 개척을 통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는 등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 LG Business Insight 9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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