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하면 흔히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 팜 주메이라(Palm Jumeirah)나 세계 최고층 빌딩 부르즈 두바이(Burj Dubai)를 떠올린다. 바다를 모래로 메워 세계 지도에 존재하지 않는 해안선을 만들어낸 과감한 발상이나, 지금까지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높이의 마천루를 쌓아 올리는 무모함이 ‘사막의 기적’이라는 두바이의 별명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두바이는 중동 지역에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석유가 거의 나지 않는다. 달리 돈이 될 만한 천연자원도 없다. 두바이 경제를 움직이는 자본은 대부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의 수도 아부다비와 미국·유럽의 해외투자자들로부터 흘러 들어온다. 오늘날 두바이가 세계 무역과 금융의 중심지로 성장한 것은 오일달러로 국부를 축적한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와는 태생부터 다르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외화를 차입해 자원이 필요치 않은 서비스 분야에 대담하게 투자한 덕분이다.
전 세계 IT 기업이여, ‘오라 두바이로!’
IT 분야도 같은 맥락에서 두바이가 최근 관심을 쏟는 산업이다. 단기간에 집중적인 투자와 정부의 육성정책을 병행한다면 하루가 다르게 트렌드가 급변하는 IT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아직까지 IT를 금융, 무역에 버금가는 두바이의 차세대 간판 산업으로 단정하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정부가 눈여겨 보는 신수종산업 가운데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IDC 등 시장조사업체에 따르면 두바이가 속한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해 IT와 통신산업에 총 114억 달러(418억 디르함)를 투자했으며 오는 2011년경에는 투자 규모가 지금보다 30% 늘어난 148억 달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통신을 제외한 순수 IT 분야 투자규모는 올해 총 400억 달러. 이 중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필두로 한 걸프지역 6개 국가(GCC)가 투자한 비용은 90억 달러다. 중동·아프리카 전체의 23%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석유강국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각각 37억6500만 달러와 29억8946억 달러를 투자하며 1, 2위를 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IT 시장 규모에서는 단연 앞서지만 이슬람이 아닌 이교도에게 배타적인 문화와 폐쇄적인 시장정책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두바이는 개방과 서구식 자본주의를 표방하며 2000년 인터넷시티, 2002년에는 실리콘오아시스라는 IT 특화 경제자유구역을 설립해 중동·아프리카 지역 진출의 교두보를 찾는 해외 IT 기업들을 속속 끌어들이며 ‘중동의 IT 허브’로 발돋움하고 있다. 인터넷시티에는 IBM, HP,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 노키아 등이 입주해 있고 실리콘오아시스에 입주한 두바이 현지 벤처에 최근 인텔이 투자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업종별로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IT 하드웨어 분야 투자 규모가 단연 컸지만 근래에는 IT 서비스, 소프트웨어, 보안솔루션 등 서비스 분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가고 있다.
두바이 공공분야 IT 서비스, 국내 기업에 매력적인 시장
특히 IT 서비스 시장은 2007년 41%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상승곡선을 유지하고 있다. IT 서비스 가운데서도 두바이에서 단연 활황인 것은 e정부로 대표되는 공공분야다. 외국기업 및 해외 투자자 유치를 지상 과제로 추구하는 두바이는 민원이나 출입국, 각종 공공서비스에서 발생하는 외국인들의 불만을 줄이기 위해 IT 인프라에 의욕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 IT 서비스 시장은 앞으로도 전망이 꽤 밝은 편이다. UN이 실시한 2008년 세계 각국 e정부 역량 지수 측정 결과, UAE는 192개 UN회원국가 중 32위를 차지했는데 특히 두바이정부가 운영하는 두바이 e정부(DEG)가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됐을 만큼 수준도 높다.
두바이 e정부 서비스 중 눈여겨 볼 분야는 e페이(e-Pay)와 최근 선보인 M비자 서비스다. e페이는 수도나 전기요금, 도로통행료 등 공공서비스 요금을 인터넷으로 납부하는 서비스다. 2003년 서비스를 개시한 지 6년 만인 지난해에 사상 최초로 거래 금액이 10억 디르함을 돌파했다. 거래 건수도 96만7268건으로 전년의 25만2000건에서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가장 성공적인 e정부 서비스로 자리를 잡았다. 올해 2월 처음 도입된 M비자는 외국인이 입국허가나 거주비자를 신청하면 e메일이나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발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두바이 이민국(DNRD) 사무실 방문 횟수를 줄이고 비자 처리 기간을 단축하겠다는 것이 두바이 정부의 목표다. 한여름 낮 최고 기온이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두바이의 살인적인 무더위도 온라인 서비스들을 확산시키는 데 한 몫을 했다는 후문이다. 인터넷과 이동통신기술이 발달한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출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시장이다.
경제 불황에 주춤하지만 여전히 기회의 땅
국내 IT 서비스 기업 중 이미 LG CNS가 두바이 고층빌딩의 경관 조명사업을 수주해 LED조명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앞으로 건설사에 이어 많은 IT 업체들의 진출이 기대된다. 그러나 전 세계를 강타한 금융위기에서 두바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기에 올해 IT 시장 전망이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올해 중동·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주가 예정돼 있던 IT 프로젝트의 40%가 경제 불황으로 인해 지연되거나 취소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IDC의 죠티 랄찬다니 중동, 아프리카 담당 부사장은 “환경이나 대형 인프라 사업 등 시급하지 않은 중장기 프로젝트 중 총 100억 달러(367억 디르함) 규모의 프로젝트가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에선, 이번 위기를 기회로 오히려 시장의 펀더멘털을 공고히 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말렉 알 말렉 두바이 인터넷시티 총괄책임자는 “지금의 힘든 경제상황에서는 IT 생태계의 핵심인 벤처를 키우는 벤처캐피털 본연의 역할이 막중하다”며 “혁신적인 기술에 대한 투자가 지속된다면 중동지역 IT 시장은 최근 몇 년간 보여 준 상승세를 이어가며 오는 2012년까지 800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글│조윤아│IT컬럼니스트=두바이(UAE)
- Beyond Promise 4월호
2008/02/15 - [Business] - 두바이, 창의적인 리더에 의해 창조되는 신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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